신부님 사목 지표
밤이 거의 새어 낮이 가까웠습니다.
그러니 어둠의 행실을 벗어 버리고 빛의 갑옷을 입읍시다.
언제나 대낮으로 생각하고 단정하게 살아갑시다. (로마13,12 )
광주대교구는 더불어 살아가는 공동체의 해를 지내고 있습니다.
나름대로 신앙생활을 한다고 했음에도 불구하고 어느날 돌아보면 이 마음 미움만 가득입니다. 그렇게 기도하고 그렇게 신앙했음에도 불구하고 단 한 사람 때문에 모든 사람이 미워지고 짜증이 납니다. 한 순간에 모든 것이 허물어져 버릴 수 있음을 절감합니다.
조금 더 낮추어야 합니다. 단지 지금 이 목숨이 전부가 아니라는 사실을 굳게 믿는다면, 눈에 보이는 이것만이 전부인냥 살아서는 곤란합니다. 참으로 깨어있지 못한 채 신앙한다면 그 신앙마저도 헛것이 되고 맙니다.
삼학도 성당 공동체. 우리는 무엇으로 깨어있어야 하는가?
믿는다 하면서도 내 맡기질 못하니 믿으면서도 행복할 수가 없습니다. 잘 못 믿는 것입니다. 사랑한다 하면서도 괴롭고, 용서한다하면서도 잊지를 못하니 사랑하고 용서하면서도 행복할 수가 없습니다. 내 뜻이 내 욕심이 고개를 빳빳이 쳐들고 있기 때문입니다. 사랑하면서도 지금 내 마음이 어둠이라면, 용서하면서도 지금 마음이 짙은 밤이라면 나의 사랑과 내 용서의 방식도 다시금 되짚어 볼 일입니다.
공동체를 더 사랑하셨으면 합니다. 아버지에 집에 오시는 시간들을 더 늘리셨으면 합니다. 아버지의 집에서 더 마음 편하게 오래 머무를 수 있었으면 합니다. 내 것이 아니라 하느님의 것으로 나를 만들지 못한다면 나는 결코 이길 수 없고 나는 결코 구원받을 수 없습니다.
하느님께서 사랑의 한 해를 더 주셨습니다.
공동체를 더 사랑하고 쉬는 교우들을 돌보며, 가난한 이웃들을 더 살피고, 청소년들과 함께하는 사목교서에 따라 한 걸음 더 성장할 수 있는 공동체가 되도록 다시 노력하는 한 해 만드셨으면 합니다.
2020년 1월
이호 신부